'요즘 들어 부쩍 이성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남들처럼 학벌이나 성격
등을 염두에 두고 남자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잘생긴 남자라면 무조건 호
감이 간다. 그러나 뚱뚱한 몸매 때문에 남자들에게 호감을 얻기는 틀린 것
같아 걱정스럽다. 이곳 저곳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남자는 믿을 사람이 아
니라는 내용이 부지기수여서 지레 걱정도 많다'
편지를 요약하면 대체로 이런 내용입니다. 말하자면 이성관계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탐색하고 있는 셈이지요. 청년기에 이 같은 탐색은 '추구해야 할
것과 회피해야 할 것'을 구분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의문이지요.
가치관이란 우리들의 의식 구조입니다.
우리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정확히 알아내는 능력, 다른 사람과의 인간
관계는 어떻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사결정을 하는 데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 들을 말하지요. 당연히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게 마련입니다.
또한 시대에 따라 가치관도 변합니다. 그러니 가치관이 다른 사람을 무조건
백안시하는 것은 정말 무얼 모르는 짓이지요. 그러나 바람직하지 못한 것과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내용은 절대값으로 남아있게 마련입니다. 따라
서 절대값의 가치관을 갖지 않은 사람과의 상종을 안하는 것이 정신위생상
좋지요.
이 같은 가치관은 아동기를 지나 청년기까지 발달합니다. 물론 그 이후 성
인기에서도 가치관은 좀더 심화되거나 절대값에 근접하는 발달을 계속합니
다.
따라시 이 분의 '잘 생긴 남자는 대체로 좋다'는 생각은 달라질 가능성이
있지요. 그러나 지금 이 분이 이성관계에서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점은 외모
임이 분명합니다. 잘 생긴 남자에게 호감을 갖는 것과 뚱뚱한 외모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한다는 주장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분의 가치관에 반기를 드는 사람도 있고 동의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 이처럼 각각의 가치관이 다른 데는 까닭이 있습니다. 가치관이 발달(형성
)되는 과정이 각각 달랐을 것이거든요.
가치관은 대체로 부모, 형제, 스승, 동료들의 가치관을 관찰하고 모방하면
서 배우게 됩니다. '예쁘다, 잘생겼다'등과 같은 말로 자주 외모를 평하는
사람들 틈에서 자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차이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천성적으로 고뇌하는 동물이어서 자신의 가치관이 바람직한
것인지 회피해야 할 것인지 갈등하게 마련이지요. 이 시점이 되면 우리는
잠시 다른 곳, 먼 곳으로 시선을 돌리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의 삶을 바라
보게 되는 것이지요.
그들의 가치관과 자신의 것을 비교하는 능동적인 시간을 갖게 되는 것입니
다. 그러면서 부족한 것을 채우고 바람직하지 못한 것들을 도려내는 수술을
하지요. 해서 우리 주변에는 언제나 바람직한 가치관을 갖고 있는 좋은 사
람들만 남게 되나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