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중고등학교에나 있을법한 명물,구구절절한 옛 학교의 전설속에
그려지는 백치가 생각난다. 90년대 초 여중을 다닐때 그러했다.
'춘내' 라는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매일 아침마다 학교주변을 방황했다.
초점이 없는 초라하고 너저분한 모습. 흔들거리는 걸음.
헤 벌려진 입가엔 침이 고이면 철모르는듯한 웃음이 오히려 애처럽다.
바보의 웃음은 차라리 애처럽다.
그의 웃음이 그렇다.
웃음은 그야말로 웃음인 것을. 긍정적인것과 부정적인 것이 있다면
좋은것과 나쁜것이 있다면. 선과 악이 있다면. 남자와 여자가 있다면.
웃음으로 즐거워야 할텐데.
천진한 그의 웃음은 차라리 애처럽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오늘따라 은희경이 생각난다.
-아이의 칭얼거림에 죽은듯이 쓰러져 잠들었던 아내가 번쩍 일어선다.
널부로진 수건과 반쯤 담긴 대야.구겨진 약봉지가 아내의 반사적
행동이 반복된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는 여전히 칭얼거린다.
그렇다. 삶은. 진지한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