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삐] 풋사랑의 흔적을 그렇게 지웠다

작성자  
   dolpi96 ( Hit: 237 Vote: 32 )


지금 살고있는 태화동으로 이사온건 1998년 여름쯤으로 내가 서울에 있을
때였다. 내가 울산에 없다는 이유로(?) 방 두칸 짜리 방으로 옮겼고 그후 울
산오면 계속 마루에서 자는 신세가 되었다.
3층에 세들어 사는 사람이 이사 발표 후 우리집은 이사 준비 체제로 돌입했
다.

덕분에 짐 정리하면서 몇가지 눈에 띄는건 고등학교 시절 각종 참고서와
책들이 아닐까 싶다.
고등학교를 졸업한지도 몇 년 되었는데 여전히 집 여기 저기에 그때의 흔적
이 있다는게 신기하다.

"오빠야. 니 연애편지 !"
여자라고는 할머니, 어머니, 여동생 밖에 모르는 내게(정말...?) 연애 편지
라니 ?
"????"

내용을 보니 예전에 고등학교 시절 받았던 편지였다.
고등학교때 친구녀석들과 입시학원을 다녔고 당시 중 3학년(지금은 대학 4
학년 졸업반이다 !) 혹은 고등학교 1학년 여자애들로부터 나름대로 인기(?)가
있었던 지라 그때 받은 거였다.
그리고보면 한때는 나도 여자애 한테 이런 편지도 받아봤었구나....
- 고등학교 이후로는 이런 편지는 고사하고 여자한테 따뜻한 말한마디 못
들어봤다. 훌쩍...

하지만, 편지 받은 때는 고 3을 코 앞에 둔 시점에다 그녀가 이성적으로
끌리는 것도 그렇다고 그냥 아는 여자애로 두기도 힘든 시점이었다. 그래서
가볍게 씹어 버렸고 이후 나중에 대학에서 어떻게 연락이되어 가끔 연락은
왔었는데 1997년, 1998년 삐삐와 휴대폰으로 넘어가는 과도기 시절 대다수의
사람들 처럼 연락은 끊어졌다.그리고, 4년이 지나 복학 후 얼마전 수업 마치
며 나갈때 녀석을 봤지만 아는체 하긴 뭐하더군.
이런 저런 생각하고 있을때 여동생은 또 하나를 찾아냈다.

"오빠야, 니가 쓴 것도 있네"
"응 ?"

그건 7년이나 지난 장장 5장이나 되는 장문의 편지였다.
지금 생각하면 아주 유치하고 쪽팔리는 고등학교 시절
어떤 한 사람을 좋아했었고 그녀로 부터 편지도 받았고 그 답을 한거였다.
하지만, 고 3이란 당시의 갑갑함과 나름대로 내성적인(!) 내 성격으로는
더이상 연락할 순 없었다.

근데 그때 편지 받고 써 뒀던 답장이 7년간 서랍에 있었다니..
다 읽고 편지는 찢어버렸다.

글쎄...
추억은 소중하지만
추억은 추억으로 남는게 가장 좋을 듯 하다.

이사 짐을 서서히 싸면서
10대의 풋사랑에 대한 흔적도 이렇게 영원히 사라졌다.




------------------- Jacky Cha --------------------
E-mail & MSN messenger : imjacky@korea.com
Homepage : http://jackyzone.wo.ro / ICQ : 40830489


본문 내용은 8,559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Post: https://achor.net/board/c44_free/29138
Trackback: https://achor.net/tb/c44_free/29138

카카오톡 공유 보내기 버튼 LINE it! 밴드공유 Naver Blog Share Button
Please log in first to leave a comment.


Tag


 28156   1482   25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수
*   댓글들에 오류가 있습니다 [6] achor 2007/12/0856454
27700   [두목] 10월 정모 공지... 오만객기 2001/10/11289
27699   (아처) 문화일기 171 Battle Royal achor 2001/10/11290
27698   [돌삐] 다음 주에 설 갈 수 있을듯.. dolpi96 2001/10/11382
27697   [돌삐] 이걸 보니.. dolpi96 2001/10/11332
27696   [돌삐] 하하... dolpi96 2001/10/11289
27695   컴퓨터를 고쳤습니다. 파랑사탕 2001/10/10338
27694   [돌삐] 만남을 위하여 기도하라 dolpi96 2001/10/08285
27693   [돌삐] 괜찮은 글 소개좀... dolpi96 2001/10/08287
27692   [두목] 전쟁, 그리고... 오만객기 2001/10/08277
27691   [두목] 문제가 되는 건... 오만객기 2001/10/08285
27690   [돌삐] 김대통령의 6.25에 대한 발언 dolpi96 2001/10/08236
27689   [i z] 와우....-_-; 아이즈77 2001/10/07289
27688   [두목] 10월 정모 안내... 오만객기 2001/10/07292
27687   [돌삐] CC dolpi96 2001/10/04256
27686   (아처) 희정에게... achor 2001/10/03278
27685   [돌삐] 풋사랑의 흔적을 그렇게 지웠다 dolpi96 2001/10/03237
27684   (시사) 나이 ziza 2001/10/03279
27683   [i z] 그래도..이번추석은 아이즈77 2001/10/02287
27682   [필승] 이것들이 왜 연락안하나 했더니 soomin77 2001/10/02277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당신의 추억

ID  

  그날의 추억

Date  

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8/23/2021 11: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