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살고있는 태화동으로 이사온건 1998년 여름쯤으로 내가 서울에 있을
때였다. 내가 울산에 없다는 이유로(?) 방 두칸 짜리 방으로 옮겼고 그후 울
산오면 계속 마루에서 자는 신세가 되었다.
3층에 세들어 사는 사람이 이사 발표 후 우리집은 이사 준비 체제로 돌입했
다.
덕분에 짐 정리하면서 몇가지 눈에 띄는건 고등학교 시절 각종 참고서와
책들이 아닐까 싶다.
고등학교를 졸업한지도 몇 년 되었는데 여전히 집 여기 저기에 그때의 흔적
이 있다는게 신기하다.
"오빠야. 니 연애편지 !"
여자라고는 할머니, 어머니, 여동생 밖에 모르는 내게(정말...?) 연애 편지
라니 ?
"????"
내용을 보니 예전에 고등학교 시절 받았던 편지였다.
고등학교때 친구녀석들과 입시학원을 다녔고 당시 중 3학년(지금은 대학 4
학년 졸업반이다 !) 혹은 고등학교 1학년 여자애들로부터 나름대로 인기(?)가
있었던 지라 그때 받은 거였다.
그리고보면 한때는 나도 여자애 한테 이런 편지도 받아봤었구나....
- 고등학교 이후로는 이런 편지는 고사하고 여자한테 따뜻한 말한마디 못
들어봤다. 훌쩍...
하지만, 편지 받은 때는 고 3을 코 앞에 둔 시점에다 그녀가 이성적으로
끌리는 것도 그렇다고 그냥 아는 여자애로 두기도 힘든 시점이었다. 그래서
가볍게 씹어 버렸고 이후 나중에 대학에서 어떻게 연락이되어 가끔 연락은
왔었는데 1997년, 1998년 삐삐와 휴대폰으로 넘어가는 과도기 시절 대다수의
사람들 처럼 연락은 끊어졌다.그리고, 4년이 지나 복학 후 얼마전 수업 마치
며 나갈때 녀석을 봤지만 아는체 하긴 뭐하더군.
이런 저런 생각하고 있을때 여동생은 또 하나를 찾아냈다.
"오빠야, 니가 쓴 것도 있네"
"응 ?"
그건 7년이나 지난 장장 5장이나 되는 장문의 편지였다.
지금 생각하면 아주 유치하고 쪽팔리는 고등학교 시절
어떤 한 사람을 좋아했었고 그녀로 부터 편지도 받았고 그 답을 한거였다.
하지만, 고 3이란 당시의 갑갑함과 나름대로 내성적인(!) 내 성격으로는
더이상 연락할 순 없었다.
근데 그때 편지 받고 써 뒀던 답장이 7년간 서랍에 있었다니..
다 읽고 편지는 찢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