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교문을 열며>라는 16mm 영화가 있다. 교육현장의 문제점들
을 해결하기 위해 교원노조에 참여했다가 해직당한 한 교사의 이야
기를 담은 영화다. 인기 배우들이 출연하는 충무로의 비슷비슷한 영
화들보다 훨씬 본질적이고 진지하게 교육문제에 접근했던 이 영화는
그러나 대학가를 제외한 그 어느 곳에서도 제대로 상영될 수 없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전교조가 이른바 '불법단체'인데다, 그 영화 자체도
불법이었기 때문이다.
1989년 5월 참교육의 기치를 내걸고 설립된 전교조는 설립과 동시에
나으리들과 언론으로부터 일방적인 뭇매를 맞아야 했다. 교사는 성직
이라느니, 동기가 불순하다느니, 이 나라의 교육을 망친다느니하는
것이 그 이유였다. 교육자의 양심으로 그 터무니없는 매도에 맞섰던
전교조 선생님들은 끝내 강제로 제자들로부터 격리되어 학교 밖으로
내쫓기고 말았다. 그것도 한두 명도 아닌, 무려 천 명이 넘는 교사들
이 하루 아침에 해직교사의 신세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것은 유신
치하도 5공시절도 아닌 90년대 벽두에 이땅에서 일어난 부끄러운 사
건이었다.
이후 7년, 외로움을 무릅쓴 꾸준한 활동의 결과 당시의 해직교사들은
대부분 사랑스런 제자들의 곁으로 돌아갔다. 전교조가 내걸었던 '민
족, 민주, 인간화 교육'은 이제 우리 사회 교육문제 해결의 핵심적 목
표로 자리잡았다. 그들이 몸소 실천했던 촌지거부도 이제는 많은 교
사와 학부모들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교육개혁을 추진하는 나으리들
이 지금까지의 전교조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만
으로도 그들의 정당성은 충분히 확인됐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교조는 여전히 불법단체다 말도 옳았고 행동도
옳았지만 그들의 이름에는 변함없이 불법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다.
앞다투어 교육개혁을 특집으로 다루는 TV나 잡지들도 전교조의 험
난했던 7년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지난 일요일의 보라매 공
원 정치집회는 신문마다 톱기사로 다루어졌지만, 같은 날 같은 장소
에서 벌어진 전교조 선생님들의 집회는 일부 신문에 손톱만하게 실
렸을 뿐이다. 그것은 정치와 교육의 비중 차이 때문인가, 아니면 그
집회의 주체가 전교조였기 때문인가.
5월이 간다. 그리고 7년 전 5월에 참교육을 부르짖으며 일어섰던 우
리의 선생님들이 여덟번째 해를 맞는다. 비록 그들의 노력이 아직 정
당한 평가의 결실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양심을 버리지 않는 선생
님들이 교육일선에 버티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든든하고 믿음직스러
운가. 숨 막히도록 꽁꽁 닫혀있는 교문을 온몸으로 열어제꼈던 그 선
생님들의 용기와 소신에 다시한번 갈채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