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사사 게시판』 28826번
제 목:(아처) 문화일기 63 Parerga und Paralipomena
올린이:achor (권아처 ) 98/04/15 11:48 읽음: 2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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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erga und Paralipomena, Schopenhauers, 1845
고등학교 시절에 섣부르게 Schopenhauers에 빠진 척을 하던
한 친구가 있었다.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는 듯이
그의 이름을 달고 자살을 종종 이야기했던 그 친구.
하지만 실제 Schopenhauers의 의견에 의한다면
그 친구야 말로 경멸의 대상이었을 텐데...
<감상>
처음 사색, 독서, 서적 등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거만하고 도도해 보였기에
그는 내 모든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다.
마치 자신만이 모든 지식의 정의인 듯,
자신은 세상의 범인들과는 천생적으로 다르다는 듯
'천민', '파리', '잡초', '범인' 등의 용어를 써가며,
하늘을 찌르는 Princely 경향은 한마디로 '조소'의 대상이었다.
그렇지만 완독 후 느낌을 이야기하자면
'그럴만 하다'란 생각도 드는 정도며,
분명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도 든다.
그의 생각은 오직 '자살'을 제외하면
동의할 수 없는 것들의 연속이었는데,
그 자살에 관한 생각은
내 잡다하게 어지럽혀 있는 머리 속의 자살 관련 것들을
하나로 응결시켜주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지만 여성을 열등한 성으로 보고,
남자와의 차별을 근본으로 하는 것들은
결코 동의할 수 없었다.
그는 어쩐지 고전과 도도한 자신의 사색에만
모든 근거를 댄 채
너무도 강하게 주장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충분히 문장력은 있어 보였지만
남을 자신의 생각에 설득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고,
많은 과거의 명저들을 인용했지만
동시대의 유명한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비난할 만큼 도전적이었던 것 같다.
사실 Schopenhauers의 실제 생활은
그의 사색들만큼 염세주의적이지는 않았다고 하고,
또 자신의 명성에 대해 편집광적이었던 모습은
더더욱 그를 도도하고 거만하게 만들었을 것 같다.
만약 그와 동시대를 살지 않은 게 다행이로군. --;
수많은 문학소년, 소녀들이 거리를 활보할 때
수많은 복고 속의 힙합처럼
사회과학 서적을 들고 다녔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버겁긴 마찬가지지만
그 시절엔 역시 겉멋일 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난 이 난해한 이야기들을
그 코 흘리던 고딩 시절에 이해했으리라 생각치 않는다.
그렇지만 그 시절엔
무언가 내가 생각치 못하는 많은 세계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복고 속의 힙합을 추구할 만한 가치가
적어도 내겐 있었던 것이었다.
空日陸森 Fucking 우레 건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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