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현지 시각 새벽 3시 반.
오자마자 자고 일어났더니 좀 개운하긴 하다.
욕조에 물을 받으며 오늘 일을 좀 기록해 둔다.
오는 데까지 우여곡절은 있었다.
그래도 한 번 와봤다고 작년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게
마냥 낯설기 보단 익숙함이나 친숙함이 있었는데,
그리하여 마치 현지인처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바르셀로나 공항에 도착하여 공항버스를 잡아 타고 호텔로 이동 중이었다.
공항버스는 MWC 행사장인 Espanya를 거쳐 바르셀로나의 중심지이자 내 호텔이 있는 Catalunya로 이동해야 했지만
Espanya에서 엄청난 시위대에 길이 막혀 더 이상 이동할 수 없는 일이 벌어져 버렸다.
아마도 경기 불황으로 인한 시위가 아닐까 싶은데,
작년에도 MWC 행사장 앞에서는 거대한 시위가 있곤 했으니 크게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국제적 큰 행사가 있을 때 우리 또한 그 앞에서 시위를 하곤 하니
좀 불편하긴 했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5.30유로나 내고 탄 버스지만 운전기사의 어쩔 수 없으니 모두 내리라는 소리에
Espanya, 시위대 중심에 커다란 짐을 싸들고 내려선다.
괜찮다, 바르셀로나 지하철은 이미 익숙하다. 지하철 타고 가면 된다.
지하철역도 사람이 한 가득이다.
소매치기가 많은 바르셀로나인 만큼 신경을 곤두세운다.
여전히 익숙하게 값싸게 10번 탈 수 있는 T-10티겟을 사고, Fondo행 L1라인을 통해 Catalunya로 이동한다.
Catalunya역에서 2블록만 가면 숙소인 Rivoli Ramblas 호텔이다.
이까짓 것 식은 죽 먹기다. 그냥 가면 된다.
그러나 호텔에 도착하니 내게 편지 하나가 남겨져 있다.
Overbooking으로 인해 호텔이 변경되었으며, 죄송하니 봐달라는 내용이다.
억울하면 돌아가서 당신네 에이전시한테나 항의하시고.
아놔. 이번엔 당황스럽다.
전혀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인 데다가 새 호텔 위치가 가깝지도 않다.
어쩔 수 없다,
더 많은 경험을 위해 어디든 출장 가면 택시는 가급적 타지 않고자 했지만 시간도 늦어졌고, 짐도 무겁다.
6유로를 내고 택시로 Gotico 호텔에 도착한다.
호텔방은 매우 좁고, 시설도 구렸지만 대개 내가 겪는 유럽 호텔은 이 정도 수준이니 그려려니 한다만
Free Wi-Fi가 안 되는 건 너무 했다.
교체 전 호텔은 됐는데. ㅠㅠ
SKT의 1일 무제한 Data 요금제를 통해 테더링을 쓰려고 했더니만
현지 기준 0시부터 24시까지 1일을 책정한단다.
곧 3시간 남짓 쓰고 하루치 요금을 내야 한다.
피곤도 한데 일단 자고, 새벽에 일어나서 내일 여정을 좀 봐야겠다고 결심한 후
동네 슈퍼에서 Heineken 2병 사서 시원하게 마시곤 잠이 든다.
그리곤 현재.
자, 스페인에서의 하루가 시작이다.
-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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