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썸의 의미를 알고 있었는가 (2014-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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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2472 Vote: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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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X정기고의 썸이 가요계를 강타하고 있을 무렵 뭔가 좀 의아하긴 했었다.

물론 씨스타가 매력적인 걸밴드임은 분명하지만
소녀시대와 2NE1, 심지어 별그대의 OST까지 물리친 그 결과가
씨스타, 특히 소유의 역량이라 보기엔 아무래도 납득하기 어려웠었고,
노래 자체도, 그닥, 네임밸류를 역행할 만한 위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되진 않았었다.

분명히 좀 이상하긴 했지만 뭔가 이유가 있겠지, 하며
큰 관심은 두지 않은 채 넘겼던 기억이 있다.


썸.
이 단어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이토록 일반화 돼 있다는 걸 안 건 최근이다.

일단 엔하위키를 통해 그 의미부터 확실히 보자.

- 연애를 계산 영역으로 끌어들인 20대들은 연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 시간을 세분화해 ‘썸’이란 말로 부른다. 썸은 이성이 시간과 돈을 들여 만날 만한 가치가 있는지 탐색하는 연애의 전초전이다. 탐색이나 전초의 단계는 늘 연애에서 있어왔지만 이것이 명확한 하나의 기간으로 떨어져 정의됐다는 건 그만큼 이 개념의 비중이 늘었다는 의미다.
http://mirror.enha.kr/wiki/%EC%8D%B8 (엔하위키 미러)

당신은 썸의 의미를 알고 있었는가.


가요의 제목이 될만큼 일반화 된 신조어를 내가 여태 모르고 있었다는 건
사실 충격적이었다.

트렌드를 주시해야 하는 業의 특성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관심도 있어
비록 예전만큼 시간을 투자하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그래도 여전히 대중문화를 파악하려는 노력은 계속해 오고 있었다.

젊은 시절의 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이 곧 시대의 문화이거나 혹은 머지 않아 시대의 문화가 될 것이라는 작은 확신을 갖고 있었는데
썸,은 내가 더 이상 젊은이의 문화에 속해 있지 않다는 한 반증처럼 느껴지게 했다.


어쩌면,
썸,이 좀 예외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썸,은 근본적으로 연애와 연관성이 매우 높은 단어이기에
구조적으로 연애에 관심을 가질 수 없는 신분 상
해당 단어를 접할 기회가 없을 수밖에 없었겠다 싶긴 하다.

혹은
썸,은 그저 가시적으로 드러난 한 예일 뿐,
이미 내 문화적 포지셔닝은 많이 이동해 있고, 앞으로도 이와 같은, 젊은 문화와의 단절된 증거는 무수히 나타나리란 생각도 든다.

10살 어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해도
그 친구들 역시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 문화의 중심이 아닌 상황이 되어가고 있고,
또 과도한 연령 차는 禮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내용적으로든, 형식적으로든 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겠기도 싶다.
나 또한 나이 차이 나는 어르신 앞에서
요즘 깔쌈한 썸녀와 썸타고 있다고 이야기 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노년이 되어서도 최신가요를 다 알고 싶어했던 내 욕망은
무의미 했거나, 적어도 비효율적이었는 지도 모르겠다.

학습하고 노력하여 직접 최신가요를 부를 수도 있겠지만
인기 있는 최신가요의 제목이나 가수 등만 인지하면서 그 경향과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겠다.

썸,을 알기 위해서 썸탈 수는 없는 환경에 속해 있으니 말이다.

- achor


본문 내용은 3,961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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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3/04/2025 12:3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