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문화일기 95 Trainspotting (1998-08-16)

작성자  
   achor ( Hit: 748 Vote: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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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문화일기


『칼사사 게시판-칼사사 (go COLOR96)』 30143번
 제  목:(아처) 문화일기 95 TRAINSPOTTING                            
 올린이:achor   (권아처  )    98/08/16 02:04    읽음: 24 관련자료 있음(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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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INSPOTING, DANNY BOYLE

지난 시절 젊은이들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모았던 바로 그 영화!

혹자들은 같은 영화를 여러 번씩 보기도 한다던데
난 아무리 널널하다 하더라도 고의로 그러지는 않았었다.
(보유하고 있는 몇 개의 애로물 정도를 제외한다면. --;)

그럼에도 왜 또다시 TRAINSPOTING을 보았느냐 라고 묻는다면
역시 대답은 '난 단지 널널했을 뿐이야!'가 될 수밖에 없겠군. --;

왜냐하면 난 TRAINSPOTING에 그다지 매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DANNY BOYLE은 사람들의 말처럼
젊은이의 방황과 허무, 그리고 상실을 참 잘 이야기했다.

마약, 섹스, 폭력.
20C 후반을 살아감에 젊은이들 사이에서 빠트릴 수 없는 삼요소.
(때론 폭력 대신에 알콜이 끼기도 한다.)

그들은 그렇게 그들의 젊은 삶을 살아간다.

그런 그들이 村上龍의 소설 속 인물들과 비슷한 게 있다면
새로운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가 아닌
보다 나은 또다른 삶이 있다는 것.

그들은 그것을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역시 그것은 실천이 따라주지 않는, 헛된 다짐에 그치고 만다.

물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부동산 매매업 같은 일을 하기도 하지만
그건 잠시동안의 이탈에 불과한 것이다.

다시 마약 매매로 금새 돌아서니 말이다.

그러면서 다짐을 한다.
"이 돈으로 새로운 세상에서 보통 사람들처럼 살아가야지."

그렇지만 누구나 알고 있다.
이번 역시 그 다짐은 헛되게 끝나버릴 것이란 사실을.

또 그들의 세계에서는 '비트'에서처럼
사나이 사이의 죽음을 각오하는 멋진 우정도 발견되지 않는다.

간사한 변명을 하다가, "그래. 난 나쁜 놈이야."라고 쉽게 말해 버리곤
자신을 정당화 하면서 행하는 배신.

물론 잘 만들어진 영화였지만
그 매력에 완전히 몰입하지 못하였던 이유는
바로 이런 인물들의 탐탁찮음에 있는 것이었다.

잘 알다시피 음악은 괜찮았던 편이고,
흔들리는 영상은 단연 돋보였을 뿐만 아니라
마치 서구판 '重慶森林'을 보는 듯한 나레이션 역시 최고였다.

1인칭 시점에서 솔직하게 삶을 이야기 하기엔
이보다 더 나은 진행방법은 없을 듯 하다.

1년 전쯤 극장에서 홀로 꾸벅꾸벅 졸아가며 보았던 이 영화가
이번에는 그 때 느끼지 못했던 새로움을 주기도 했음을 고백하며 끝을 맺는다.

물론 70, 80년대 젊은이들의 삶도 충분히 매력적이긴 하지만
다양한 문화와 깊은 방황, 허무, 상실이 공존하는
이 90년대 역시 상당히 살아가볼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空日陸森 Fucking 우레 건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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