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사사 게시판』 23571번
제 목:(아처) 문화일기 2 세상밖으로
올린이:achor (권아처 ) 97/08/23 02:20 읽음: 3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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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균동 감독의 '세상밖으로'에 관한 추억을 갖고 있다.
그날은 고등학교 와서 처음으로 미팅을 하던 날이었다.
이미 기억은 흐려졌지만 아마 우리는 커피숍에서 만나 인사를 했고,
영화를 보러 갈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게다.
그 때 우리가 보려 했던 영화가 바로 '세상밖으로'였다.
우리는 부천의 어느 극장으로 갔으나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였던 것을 몰랐던 우리는
그대로 뺀찌를 맞고 말았다.
그렇게 몇 년 전 '세상밖으로'와 나와의 인연은 맺어지지 못했다.
그런데 다시금 기회는 찾아왔다.
불과 며칠 전의 일이지만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유치장에서였는지, 구치소에서였는지, 아니면 출감 전, 혹은 후였는지...
정목은 내게 '세상밖으로'란 영화를 보았냐고 물어왔다.
난 역시 '못 보았다'라고 대답했고,
그는 내게 언젠가 꼭 한 번 보라고 말을 해주었다.
그리고 난 다음 영화로 '세상밖으로'를 선택했다.
아나운서로 잠시 화면에 나왔기도 했던
여균동이 감독과 각본을 맡은 작품이었다.
이번엔 'CRAVEN 100s' 대신에 '너구리'를 잡아먹었다.
고백하자면 믿을만한 여균동 감독이 정확히 무엇을 말하려는지
난 확실하게 파악할 수 없었다.
단순한 스토리 위주보다는 그 내면에 들어있는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간혹 사회풍자의 모습이 느껴지기도 했으나
그것은 내 과민반응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내일을 향해 쏴라'와 대유를 이루는 진행방식 느낌이었고,
미성년자 관람불가의 영화였음에도
마땅히 그럴만한 이유를 발견하지 못해
무척이나 아쉬운 마음과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
김종서의 동명의 주제가 '세상밖으로'는
예전부터 싫어하지 않았던 음악이었고,
아직 카메라 구도는 볼 수 있는 안목이 전혀 없음을 깨달았다.
무엇보다도 내가 영화보는 능력이 무척이나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
이렇게 조금씩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나아질 거라 확신하고
계속해서 발악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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