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오후 (2002-04-29)

작성자  
   achor ( Hit: 929 Vote: 17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비디오 두 편을 보고 난 후 인터넷 노래방에서 아침부터 노래를 부르다가
잠이 들었다.
깨어나 보니 오후, 비는 더욱 세차져있다.

멍하니 앉아 비오는 소리를 듣는다.
창 밖의 어쩐지 우울한 기운을 느껴낸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하루,에서 남은 건 그것밖에 없다.

일단 담배를 한 대 물고는 어두운 사무실, 불 켜지 않은 채로
커피 끓일 생각과 샤워할 생각을 한다.
비오는 날 어두운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는 일,
빗소리를 들으며 샤워하는 일은 내게 있어서 매력적인 일이다.
나는 우울함 혹는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제는 동네친구들과 보라매공원에서 운동을 했다.
운동장을 뛰기도 했고, 배드민턴을 치거나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같은 추억의 운동들을 해냈다.
비록 육체의 학대를 나는 싫어하지만
좋아하는 여름, 해변가의 여인들을 위하여 다소 희생할 용의는 있는 터였다.
지금 흘리는 땀방울들이 올 여름에는 쌈박걸의 사랑으로 결실 맺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동네친구들이 있다는 건 퍽이나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지긋지긋한 남자애들도 아니고,
게다가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여자애들도 아니고,
나름대로 괜찮은 애들이라는 게 더욱 행복한 일이다.
애인이 있든 없든, 결혼을 했든 말든 예쁘다는 건 좋다.

그렇지만 神은
내게 쌈박한 동네친구 둘을 주는 대신 돼지 같은 동네친구 한 명을 데려갔다.
성훈은 어제부터 나의 동네친구가 아니다.

이제 더이상 갑자기 찾아와 놀아달라고 하거나 바쁜 밤, 전화하여 술 마시자고
나를 귀찮게 할 인간이 없어졌다는 것이 행복한 일임에도
사실은 조금 아쉬운 감이 남아있다.



5년동안 사귄 남자한테 버림받은 여자 이야기를
잠에서 깨자마자 듣는다.
그것은 결혼한 후 헤어지는 일보다는, 또는 결혼한 후 애정 없이 살아가는 일보다는
더 낫다고 생각했다.

여자는 너무했다.
47kg의 몸무게를 5년 만에 60kg대까지 끌어올리는 저력은 아무나 갖고 있는 게 아니다.
결혼을 했다고, 애인이 생겼다고 안심하는 건 자멸의 길이다.
情의 진짜 의미를 알고, 모르고와는 상관 없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서 情 때문에 나와 살아가는 건 기분 좋지 않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 情은 사랑이 아니다.

그리하여 나는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인간이라고 낙인 찍힌다.
뭐 괜찮다.
사람들이 스스로의 기준으로 타인을 정의하고 분류시키는 일은 흔한 일이다.
내가 순수한 惡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첫사랑의 슬픔이 없는 사람이라고 낙인 찍힌 적도 있으니 이 정도는 약과다.

그렇지만 맞는 말이다.
나는 지금의 우울함 혹은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하루,에서 남은 건 그것밖에 없다.

나는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지난 날, 사랑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했었고, 또 스스로 그렇게 믿어왔지만
나이가 들수록, 나를 더욱 더 알아갈수록 의심이 생겨난다.
나는 아픈 내 사랑을 위하여 내 심장을 줄 수 있을 만큼 사랑하지 못할 것 같다.

사랑은
진실로 나를 포기할 수 있을 때, 언젠가는 내게도 찾아올 그 날에 해야할 것만 같다.
나는 내 사랑을 위하여 내 심장을 포기하고 싶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351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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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랴
2002-04-30 20:53:15
반항적이군..ㅡ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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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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